2008년 12월 16일 화요일

비프스테이크

돈가스(포크 커틀릿)니,비후가스니(비프 커틀릿),함박(햄버거스테이크)을 한계로 삼는 이들에게 정통 양식당의 메뉴판은 야속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아무리 들쳐봐도 즐겨 먹는 양식 삼총사의 이름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비프스테이크의 경우만 하더라도 부위별로 세밀하게 나뉘어져 다양한 이름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갈비살로 만드는 립아이스테이크(rib eye steak)나 등심살로 만드는 설로인스테이크(sirloin eye steak),등심살과 안심살을 뼈에 붙은 상태로 잘라 구워내는 티본스테이크(T-bone steak)와 안심살을 뼈째 잘라 굽는 포터하우스스테이크(porterhouse steak)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섬유질이 없고 육질이 부드러워 텐더로인(tender loin)으로 불리는 안심에 이르면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소 한 마리를 잡아봐야 고작 60cm의 길이에 가장 두꺼운 쪽의 직경이라야 12cm에 불과한 다듬이 방망이 모양의 것이 두 개가 나올 뿐인 안심은 놀랍게도 무려 6종의 스테이크로 세분되어 제공된다.안심의 부위별 명칭을 쇠머리쪽에서부터 차례대로 살펴보면 프티필레(petit filet)-필레미뇽(filet mignon)-투른느도(tournedos)-필레(filet)-샤토브리앙(Ch teaubriand)-테트(t te)의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국제화 시대엔 서양인의 주식인 비프스테이크에 관한 이만한 상식쯤은 최소한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한국인은 지구 가족중 쇠고기를 부위별로 가장 철저하게 가려먹은 민족중의 하나가 아닌가.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고로 쇠고기를 쇠머리,장정(목),등심,채끝살,우둔,갈비,쐬악지,안심,홍두깨살(궁둥이),양지,업진(배),대접살,중치살,사태,차돌박이,제비추리,안꺼미로 세분해 먹었을뿐더러 양,간,곱창,염통,콩팥,선지(피)와 같은 내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우랑,우신,우설(혓바닥)과 쟁반고기로 통하는 젖통살에 쇠꼬리(소꼬리탕),쇠발톱(우족탕)까지 가려먹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내친 김에 스테이크와 관련된 상식과 매너를 간추려 소개한다.첫째,샤토브리앙 등 안심은 주로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즐기는 부위이다.최상등급의 고기일뿐더러 무엇보다 육질이 연하기 때문이다.둘째,티본스테이크나 뉴욕컷스테이크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야성적인 스테이크다.적당히 질길 뿐더러 지방이 맛을 돋우기 때문이다.셋째,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뼈째 나오는 음식은 우리나라의 갈비와 티본스테이크가 고작일 정도로 드물다.비위가 약한 일본인(?)들이 뼈째 나오는 고기를 보면 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은 흥미롭다.넷째,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왼손에 든 포크로 고기를 고정시키고 오른손의 나이프로 고기의 결을 따라 잘라가며 먹으면 된다.스테이크를 왼쪽부터 먹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왼손에 포크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다섯째,고기를 썰 때는 접시의 왼쪽부터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되,나이프 날(톱니) 부분으로 당기듯이 자르면 된다.여섯째,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아무리 편리성을 중시하더라도 고기를 한꺼번에 잘라 놓아선 안 된다.미리 썰어두면 고기가 쉽게 식을뿐더러 육즙이 흘러나와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손일락(청주대 호텔경영학과 교수)